마음을 울리는 글 - 詩

가정 -박목월-

Issac Do 2017. 4. 24. 11:50


가정 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- 박목월

 

지상에는

아홉 켤레의 신발.

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

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

알전등이 켜질 무렵을

문수(文數)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.

내 신발은

십 구문 반(十九文半).

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,

그들 옆에 벗으면

육문 삼(六文三)의 코가 납짝한

귀염둥아 귀염둥아

우리 막내둥아.

미소하는

내 얼굴을 보아라.

얼음과 눈으로 벽()을 짜올린

여기는

지상.

연민한 삶의 길이여.

내 신발은 십 구문 반(十九文半).

아랫목에 모인

아홉 마리의 강아지야

강아지 같은 것들아.

굴욕과 굶주림의 추운 길을 걸어

내가 왔다.

아버지가 왔다.

아니 십 구문 반(十九文半)의 신발이 왔다.

아니 지상에는

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

존재한다.

미소하는

내 얼굴을 보아라.